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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0 예의와 부성애 4
2008. 9. 20. 11:00

 

생각 외로 일찍 잠이 든 날이었다. 10시쯤에 스르르 자서 열심히 꿈나라를 헤메고 있는데  두시간쯤 지나 들리는 둔탁한 소리에 잠이 깼다.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아버지는 우리 옆집 사는 사람이었다. 다시 자려고 했지만 점점 세지는 두드림의 강도와 목소리때문에 잘 수가 없었고, 결국 참다 못해 1시간 후에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 라는 불평의 목소리를 내밀었다.

 

옆집 남자가 뚜벅뚜벅하고 걸어가서 다시 잘 수 있으리라....기대했지만 10분이 지나지 않아 경찰같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다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미 잠이 다 깬 엄마와 동생도 불평했지만, 점점 거세지는 소리는 끊일 줄 몰랐다. 결국 다른 집에서 조용히 해달라는 원성의 목소리를 듣고 결국 그쳤던 것 같다.

 

옆집 남자가 문을 두드리게 한 원인이었던 아이는 초등학생 3~4학년의 아이로 기억한다. 누나는 다른 집엘 가버리고 그 아이만 혼자 남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였던 옆집 사람들은 늦게나마 집에 와서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고...

물론 걱정이야 됐을 것이다. 나도 가끔 핸드폰이 없었던 엄마가 집을 비우고 어딘가 가면 꽤나 걱정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자정을 넘긴 시각에 집에 들어와야 했을까. 조금 일찍 집에 들어올 생각은 하지 않은걸까. 아파트 형식이 복도식인 터라(그리고 내 방은 복도와 꽤나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소음은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잠이 안오는 내내 생각했다. 이건 어떤 사람이 잘못했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입장을 바꿔보면 옆집 남자도 꽤나 다급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침대에 누워 2시간을 공히 날려버렸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도 좀 화가 난다. 이 상황에서는 예의와 부성애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하는 것일까. 뭔가 답을 내릴 수 없는 결정 같다.

Posted by Lov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