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6. 15:25

블로그 제목과는 무색하게 축구 이야기가 하나도 없어서 이거라도 써야겠다. 블로그를 시작하고서 관람했던 광주전 험멜전 포항전은 이미 가물가물해져버리고.... 후반기때는 열심히 기억하고 메모하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2002 월드컵때가 아닌, 하다못해 2006년 월드컵 시작할 때도 아닌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6월 24일 스위스전 이후부터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조금 특이하기는 했다. 뭣때문에 좋아한 지는 모르겠고 단지 그때 논란이 많았던 '오프사이드' 판정 그것때문에 들끓고 있을 때 묘하게 호기심을 느꼈다. 축구가 이런건가 하기도 싶었고, 그래서 다른 축구경기가 없나.. 하고 찾아보다가 K리그라는 것이 눈에 띄였다.

2006년 2월, sk가 야반도주하고서 부천에는 팀이 없는 상태였다. 여러 팀을 고민해보다가 나한테 꼽힌 세 팀은 상암팀 수원 그리고 대전이었다. 상암팀은 친구가 세명이나 있었기때문에 아무래도 같이 관람하기도 쉬울 것같아서였고, 수원은 우리 이모들이 사셔서 정감있고 파란색이라는 이미지가 좋기도 했다. 그리고 대전은 좀 이상한 이유지만 감독님이 후덕해보여서(;;) 라는 인상때문인지..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난 되게 이상하게 팀을 선택했었다. 결국은 친구들이 있는 상암팀을 뒤로하고 수원을 선택했지만.
(후에 이 두 팀을 싫어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니 상암팀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수원을 선택한 나는 2006년 10월 14일, 처음으로 빅버드에 가보게 된다.(2006년 8월 1일에 FA컵을 구경하러 갔었지만 그때는 e석으로 입장.) 처음 갔던 경기는 perfect! 성남을 김대의선수, 마토선수, 실바선수의 골로 3:0으로 이겨버렸고 그때의 기분이란...! 정말 짜릿했다. 게다가 응원곡도 예전에 어렴풋이 한번씩 들어봤던 노래라서 입에도 착착 붙었고 재밌었다. 특히 오블라디는 진짜로.. 흥분한 상태에서 펄쩍펄쩍 뛰고.... 어쨋든 첫 경기는 기쁨으로 끝났다.

그 다음 경기는 부산이어서 18살인 나는 갈 수 없었다. 뒤이은 경남전 홈경기때도 학교에서 야자를 해야했기 때문에 갈 수 없었고.. 포항전 원정을 아프리카로 기다리고 있던 나는 친구한테 꽤나 솔깃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포항원정을 갔다가 수원에 도착하면 9시라는 얘기. 어쨋든 열두시 안에는 도착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흥분했다. 눈을 반짝이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원정신청을 클릭했다. 새벽에 일찍 나가는 나를 엄마는 뭔가 수상쩍은 눈초리로 바라보았지만 결국 보내주었고 간신히 빅버드에 도착해서 첫 원정은 그렇게 떠나게 되었다. 신나는 기분으로 포항을 가서 열심히 응원했지만 2:0패. 그렇게 웃으면서 떠났다가 울면서 돌아온 첫 원정.
하지만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9시에 도착한다던 원정버스가 그만 10시 30분에 도착했던 것이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수원역으로 갔지만 11시를 넘겨버리고 나는 낙심했다. 그다음날은 학교를 가야 했고, 집에 도착해야만 했던 나는 아빠에게 데리러 와달라는 전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해 여름, 한번의 사고를 친 경력이 있어서 아빠한테 죄송한 마음은 더했다. 조용히 차를 탔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그게 나의 첫 원정 기억이었다.

뭐 그래도 축구 경기는 그 이후로 계속 보러 다녔다. 플레이오프였던 포항과의 경기, 두번의 챔피언 결정전(두번 다 진..), 하나은행 FA컵 경기까지.
경기장에서 아는 동생의 생일파티를 하고, 골을 넣는 그 순간에 껴안고 환호하고..(지금은 왠지 모르게 내가 서먹하다. 그래서 아쉽다.) 몇 경기 가지는 못했지만 2006년은 축구를 알아서 즐거운 해였다.

2007년은 내가 수험생이어서 세경기밖에 가지 못했다. 개막전인 대전전, 그리고 상암원정, 5월의 인천전. 셋다 이긴경기여서 너무나도 좋았다. 갔다와서 너무나도 신나하는 날 보고 친구가 막 웃었던 기억이 난다. 매번 경기장은 보러가지 못했지만 축구기사 보고 스포츠뉴스 보고(..) 그러니까 수능을 망했겠지만..ㅋㅋㅋㅋㅋㅋ

2008년은 경기를 진짜 많이 갔다. 상암 원정 두번과(한번은 왜못갔지? 기억이 안나네.. 또 한번은 엠티이후로 몸이 말이 아니어서..), 컵대회 경남원정을 못간 것 빼고는 다 갔다. 총 열여섯 경기중에 세 경기 빼고 다간거다. 뿌듯하고 기분도 좋고, 뭐 우리 엄마 입장에서 보면 축구에만 빠져있는 못된 딸로 보겠지만.. ㅋㅋㅋㅋ 어쨋든 그냥 지금 생각해보면 올해의 추억들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대전전에서 오랫만의 친구들과 재회(지금은 ㅠ.ㅠ;경기 같이 못보고 있으니까..), 제주전에서 처음 느껴본 N석 2층의 재미, 부산분들도 미리 보고 좋았던 부산전, W석 2층에서 느꼈던 울산을 승리하는 기분, 그 자체로도 좋았던 전북전, 심판은 좀 그랬지만(곽희주 두골...ㅠ.ㅠ) 심판눈떠라의 위력이 느껴졌던 대구전, 개인적으로 좋았던 광주전, 올 시즌 가장 많은 관중이 들어왔던 포항전. 그리고 열거하지 못했지만 그 경기들 모두 다 나한텐 좋은 기억들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거고..

내년에 경기를 못가는건 아쉽지만, 올해 경기를 느끼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벌써부터 다음 경기들이 기대되는 중이다. 100%출석률은 아니지만 그래도 올해까지만은 축구를 열심히 즐기고 싶다.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
Posted by Lov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