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22. 00:33

발표는 무섭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대부분 인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발표를 하면 스티커를 주고 스티커를 많이 받으면 상을 준다고 해서 그래도 꾹 참고 조금 했던 것 같다. (물론 단답형발표였고 아쉽게도 바로 앞에서 짤린 바람에 상은 받지 못했다.) 중학교 고등학교때도 내가 알고있는 범위 내에서는 조금씩은 발표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뭐랄까. 대학교 들어와서는 발표라는 것이 참 난해하다. 그동안 내가 잠깐잠깐씩 끼어들면서 할 수 있는 '단답형' 발표가 아닌, 내 생각을 발표하는 '주관식형;?' 발표라 해야 하나. 그래서 참 발표하기가 뻘쭘하다.

학기 초반에 발표했던 적이 딱 한번 있다. 자의로 한 건 아니고 아리랑을 외국의 오케스트라로 연주했던 영상을 보고 자기의 생각을 발표하는 거였는데 그래도 들으면서 미리 써놓아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예상 외로 교수님의 반응이 썩 좋아서 나름 뿌듯했기도......

그러나 그 이후로 하는 발표들은 뭔가 부담의 부담, 그 자체였다. 여행에 대해 써가는 <문학적상상력과 시적사유>과목은 너무 진부하다는 평을 받았고, 조별 발표였던 <논리적 사고와 글쓰기>는 자신이 없어서 발표를 못했다. (답을 조금 알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발표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이 없어서...이다.)

학교에서 <세계의 문학>시간이었는데 발표 하는 아이들 두명이 과제를 안해와서 아예 수업에 들어오질 않았다. 교수님은 불같이 화내시면서 저번주 과제였던 <은밀한 테러>라는 책에 대한 토론을 하라고 하셨다. 3학년인가 4학년 선배님이 나와서 사회를 보시는데 아무도 발표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난 일이었지만 책을 안 읽은 사람들이 꽤나 많았던 것 같다.) 뭐랄까 <은밀한 테러>의 줄거리나 나의 생각 같은 건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발표할 자신도 없고, 발표하면 되돌아올 비판에 대해서도 조금 두려웠다. 그래서 결국 발표를 하지 않았다.
(뭐 하긴 지금 생각해보니 나 혼자 발표를 했어도 진행은 되지 않았을 듯 싶다.)

결국 토론은 중단되었고, 교수님은 화를 내시면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의 정체성을 분석 해오라는 과제를 내주셨다. 그 덕분에 내가 다음주에 발표하는 건 한주 미뤄지게 되어서 좋긴 하지만..

하지만 계속 이렇게 할 수는 없는 법. 발표도 점수에 들어가서 발표를 하고 싶기는 한데... 정말 자신이 없다.
이건 뭐! 자신감 회복부터 먼저 해야하나요?!
Posted by Lovelee♪